뚝딱이의 대학원

[미국 포닥] 내가 바닥인줄 알았는데..어느 인도 포닥 이야기

기계공학 뚝딱이 2025. 5. 8. 01:16

1. 나의 인도 친구

복도를 걷다 나의 현 연구실을 졸업한 인도 포닥을 만났다. 석사 학위로 인도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늦깎이 나이에 미국에 오고, 어렵사리 박사 학위를 받은 친구였다. 2000달러 남짓의 월급에서 절반을 인도 가족에게 보내고 남은 1000달러로 한 달을 버티는 그는 그 와중에 돈을 남겨 저축도 꼬박꼬박 했더랬다. 하루 한 끼로 버티는 날도 많았지만, 그는 아주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를 버텨냈다. 그렇게 4년여 기간이 흐르고, 졸업 후 대학에 남는 것이 목표였던 그는 같은 대학의 옆 연구실 포닥이 되었다. 

 

2. 찬란했던 계획

포닥이 되고, 월급이 약간 이나마 오른 인도 친구는 가장 먼저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을 계획했다. 졸업과 동시에 아내와 두 딸을 인도에서 데려오는 것, 그것이 그의 첫 계획이었다. 포닥으로의 신분 변경이 지연되고, 한두 달 급여가 지급되지 않고, 급여가 삭감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그는 가족과 미국에서 상봉하는 것에 성공한다. 차도 없던 그 친구는 내게 공항 가족 픽업을 부탁했고, 나는 그 부탁을 흔쾌히 수락하였다. 피곤해 보이는 아내와 신이 난 아이들. 소 코뚜레만 한 귀걸이를 한 아이들은 뼛속까지 인도인 같아 보였지만, 적응이 빠른 아이들이니 잘 적응하겠지 싶었다.

 

그의 현 지도 교수님 (통칭 B 교수님이라 하겠다)은 그에게 먼 미래를 약속했다. H비자 지원부터 그린카드까지, 그가 자신의 연구실에 있으면 이러한 미국 정착을 도와 줄 테니 열심히 연구에 집중하라 했었다.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으며, 자신감이 넘치고 행복해 보였다. 이는 너무도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보였기에 일종의 부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초등학교를 간 첫째는 학교에서도 잘 적응을 했다. 비록 영어를 잘하지는 못했으나, 친구를 사귀었고, 선생님으로부터 수학을 잘한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차가 없어서 아이 통학을 위한 오토바이를 구매했다. 한겨울에는 혹독한 추위 때문에 비싼 돈을 내 우버 정기권을 끊기도 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첫째 아이를 집 근처 사립학교로 전학시키는 것이었다. 위치적 접근성도 교육 수준도 훨씬 높은 곳이었다. 그리고 몇 달 후 그는 첫째 아이가 이 사립학교에 입학허가를 받았다고 알렸다. 모든 것은 그의 계획 아래에 있는 듯이 보였다.

 

3. 무너진 계획

엊그제 복도에서 우연히 그를 마주쳤다. 옆 연구실이기도 하고, 종종 마주치는 편이었기에 이러한 만남이 아주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나는 평소처럼 인사를 했다가 문득 안부를 물었다. '요즘 좀 어때?' 그리고 그는 슬픈 이야기를 담담히 꺼내었다. '인도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시작은 미국 정부의 연구비 삭감이었다. 트럼프 정부에서 진행한 연구비 삭감이 B 교수님 연구실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의 미래를 보장할 연구비가 증발되었고, B 교수님은 그에게 2년 차 계약은 진행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그는 한순간에 2달 내로 해고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다른 직장은 알아보고 있어? 다른 포닥은? 옆 연구실은 알아봤어?' 그는 모두 알아보는 중이라 했다. 교수를 꿈꾸었던 그에게 이제 꿈은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모든 학교가 연구비 삭감의 충격을 받았으며, 영주권이 없는 그는 또한 인도인이었기에 면접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고 했다. 인도도 상황이 좋지만은 않지만 그는 아마 인도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 했다. 나는 또다시 물었다. '미국에 조금 더 남아 있으면서 기회를 알아보는 것은 어때?'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그는 OPT가 있었기에 미국에 조금 더 체류하는 것이 가능할 터였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일 미국에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두어 달이 지난다면 나는 집에 갈 비행기 표조차 살 수가 없어, 아무래도 가족을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나 봐' 나는 머리가 띵했다. 가족과의 상봉만을 기다리며 행복에 젖은 그의 모습을 본 것이 마치 엊그제 같았는데, 그는 이제 그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깟 천만 원도 안 되는 비행기 값이 그에겐, 그리고 나에게도 너무나도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