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사립대(K대) 면접 후기(+여러 번의 교수 임용 면접을 보며...)

2025. 5. 27. 18:20뚝딱이의 대학원

지방 사립 K대에서 면접을 봤다. 

15분 발표였고, 연구소개 및 교육+연구계획이 내용으로 들어가야 했다.

발표를 거듭 진행하면서 발표자료의 양질이 향상되었기에 내용을 15분으로 줄이는 것은 생각보다 고되었다. 주요한 내용을 빼고, 말을 빨리 하면서 어찌어찌 15분 발표로 만들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발표자료를 미리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 아마 발표장에서의 느낌을 중요시하는 듯싶다.

 

당연히 영어 발표였으나, 이는 같은 내용으로 면접을 여러 번 진행하면서 수월해졌다. 이제는 내 연구에 대해서는 몇 번 연습하지 않아도 술술 나온다. (처음에는 정말 너무 힘들었다.) 첫 대면 면접이었던 서강대의 경우, 일주일 간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가족 구성원들 앉혀놓고 몇 번씩이나 연습을 했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공원에서 몇 번 걸으며 연습하니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다.


ZOOM으로 면접을 진행하였는데, 조교가 미숙한지 잘못된 주소를 주고 ZOOM에 계속 접속하라는 메일이 왔다. 내 상황을 스크린샷과 함께 첨부하니, 새로운 ZOOM 주소를 받아 접속할 수 있었다. 처음 면접이었다면 이러한 소소한 사고가 정말 걱정되고, 때문에 잔뜩 긴장했을 텐데, 10번 정도 면접을 본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비행기를 타려고 봤더니 시카고-한국 직행이 거의 500만원이었다. 경유를 해도 300... 아내를 데려간다면 거진 1000만 원 꼴이 드는 셈이다. (아기와 아내 둘만 두고 갈 수도 없고..) 이러한 연유로 이번을 포함하여 (ZOOM 면접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한국에 가지 말기로 정했다.

 

면접은 연습한 대로 잘 진행이 되었다. 이번 면접은 크게 긴장하지 않았었는데, 역시나 발표 15분 전이 되니 여느 면접처럼 긴장이 되었다. 평소에는 잘 찾지도 않다가도 이럴 때마다 하나님을 찾게 되는데, 이는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질문은 15분이었고, 이번 면접에서 생각지 못했던 점은 외국인 교수님이 계셔서 영어로 질문을 하셨다. 특히나 문제였던 점은 (5인실에서 마이크가 하나였는인지) 질문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유일하게 습득한 것이 무엇인가? 나는 잘 들리지도 않는 질문을 '눈치'로 알아들었고, 어느 정도 대답을 잘할 수 있었다. 다른 한국어 질문도 역시나 듣기 어려웠고, 몇 질문은 되물어가며 대답을 했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컴퓨터에 음량 증폭 프로그램을 깔고 사용하는 게 좋을 듯하다.

 

다음은 오늘 들었던 질문을 정리한다.

- A 과목을 제안한다고 하였는데, 이 과목이 학부생에게 너무 어렵지 않은가? (영어)

- 초반에는 연구실 셋업이 부재할 텐데 이때 연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공동연구로 진행해야 하는가?

- 가족이 있는가?

- 거주는 어떻게 할 것인가?

- 현재 계약은 언제까지이며, 임용이 된다면 언제 한국으로 올 수 있는가?

- 다른 학교에도 지원을 했는가?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15분이라 질문이 많지도 않았고, 첫번째 영어 질문을 제외하면 평이한 질문들이었다.

처음 면접을 준비할 때는 예상 질의응답을 작성하고 답변을 딸딸 외웠었는데, 같은 내용으로 대학 면접을 N번 수행 하다 보니 이제는 머릿속에 어느 정도 개념이 적립되었다. 

 

현재까지의 학교별 면접 특성을 분류하자면,

사립 대학 임용 면접은 상대적으로 면접이 쉬운 감이 있었다. (대신 총장 혹은 이사 면접이 더 어렵다고들 한다.)

지방대의 경우 좀 더 넓은 관점에서의 준비가 필요했었다. 지방에서의 연구 계획, 거주 여부, 학생 유치 방안, 학생의 수준 관련 질문 등을 생각해야 했다.

또 국립대는 연구 발표와 별도로 시범 강의를 해야 했다. (첫 준비자에게 이것은 큰 부담인데, 이 처음만 잘 준비하면 괜찮은 듯하다)

 

+추가로

삼성 SDI 면접이 잡혔으며, 두 국립 K대의 지원을 진행 중에 있다. 나중에 다시 잘 정리하겠지만, 이제는 기업에 가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실은 SDI에서 연락을 받은 뒤 뛸 듯이 기뻤다. 여러 번 면접을 낙방하며 '내가 사회에 쓸모가 하나도 없는 건가'하는 여러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었다. 특히 '내가 아는 것의 무용성' 혹은 '나 자체의 무능함 (멍청 여부)'을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이는 이전에 낙방한 삼성전자, 하이닉스에 의해 더욱 심화되었었는데, 기업에서의 러브콜이라니! '나'를 알아주는 기업이 있구나!

SDI 면접은 10분이라는데 너무 가뿐하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한국어 발표를 하는 것도 너무 설렌다.

 

다만, 문제는 추가로 지원한 두 개의 국립대이다. (아직 면접 여부는 모르지만) 면접이 잡힐 경우, 발표자료와 수업자료를 더 길게 준비해야 한다. (예전만큼의 부담은 아니더라도) 너무 걱정이 되고, 언제까지 주말 없는 삶을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그냥 SDI나 빨리 되면 좋겠다. 연구도 힘든데, 월급마저 쪼들리는 포닥 생활에 너무 지쳤고, 이제는 왜 교수가 되고 싶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기업에 가면 새로 배워야 한다는데, 다 정리하고 기업에서 새 출발 하고 싶은 느낌도 든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SDI의 처우가 좋지만은 않은 듯하다. 하지만 나의 현재보다는 처우가 좋은 것은 분명하다. 취업 시장이 얼어붙은 요즘, 이러한 기회는 너무 감사하기까지 하다. 선후배가 있는 삼성전자보다 (대우는 안 좋더라도) 삼성 SDI를 추천 없이 스스로 개척했다는 자부심도 느껴진다. 재료 관련 업체라 현재까지의 지식을 살릴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첫출발을 하면 기업 간 옮기는 것도 가능할 것이며, 기본 연봉만 하더라도 내게는 충분히 큰돈이기도 하고, 어쨌든 매력적인 기회이다.

 

면접 직전이지만 면접 보다 SDI에 대해 아내와 더 많이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삼성에 가면 더 이상 그놈의 '당근 (혹은 중고거래)'을 안 해도 되겠지. 새 제품, 좋은 제품 (특히 삼성 거)을 살 수 있겠지. 15년 된, 다 고물이 되어가는 차를 타지 않아도 되고, 7년 된 핸드폰을 쓰지 않아도 되고, 이런 미사일 맞은 집에 살지 않아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