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14. 01:46ㆍ뚝딱이의 대학원
총장면접을 봤다.
기본적인 부분은 이미 이전에 준비해 둔 자료로 충분해 보였다. 일부 응답 내용은 학교에 맞게 변형이 필요했지만 내용을 바꾸는 일은 처음부터 준비하는 것보다 한결 수월했다. 영어로도 질문이 들어온다고 하여, 기존 응답을 영어로 바꾸고 말하는 부분을 열심히 준비했다.
학교 역사가 어쩌고, 연구가 어쩌고, 지역사회 어쩌고... 기사나 유튜브,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에 대해 공부했다. 지원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부분들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보니 지원한 학교가 좋은 학교로 보였다. 이제 다른 학교들을 모교보다 더 잘 아는 것 같다;;
면접은 원격으로 진행했다. 직접 들어가려 했으나, 미국 비자 문제는 실로 심각했다. 한국에 들어가면 미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가 없는 현실.. 막다른 선택지였다. Zoom에 들어가니 총장님, 부총장님, 교무처장님 세 분이 계셨다. 모두 나이가 지긋지긋하신 분 들 이어서, 짧은 15분 동안 인성적인 질문만 들어올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날카로운 질문들이 계속 들어왔다. 앞으로 전공의 미래, 현재의 학교 정책, 나의 인성과 계획 등... 그나마 다행인 건 한 번쯤은 생각해 본 문제였다는 것.. 주저리주저리, 15분이 마치 1시간 같이 느껴졌다. 누가 그랬던가, 총장 면접 자리에서 나보다 못난 사람은 없다고.. 딱 그 말이 정답이었다.
나의 면접 전략은 다음과 같았다.
1) 내게 불리한 질문이 들어와도 긍정적이게 순화하자.
2) 단답형 대답이 되지 않도록 꼭 살을 붙이고, 그 내용은 나의 장점으로 채우자.
그렇게 총장 면접이 끝이 났다. 후회는 없고, 나름 잘 본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기다리는 것뿐... 후련하다. 끝나고 아내와 현관문 앞에 의자를 깔고 도란도란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했다. 조촐한 파티였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 바로 다음 주에 삼성과 K대 면접이 잡혔다. 한국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데, 운이 좋아서일까, 열심히 살아서일까,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K대 면접은 하지 않기로 했다. 지원한 전공이 내 전공과 달랐기 때문이다. 그 전공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내가 모르는 것들로 꽉 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임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인 것 같았다. (지원할 때는 너무 간절한 나머지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타학교 면접도 보고, 삼성 면접도 잡히고, 여유가 조금 생기니 이건 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이번 시즌, 내게 남은 인터뷰는 1) 삼성 면접 및 2) 타 학교 면접이다. 타 학교는 서류만 제출한 상태이기에 결과를 알기까지 한 달의 시간이 남았다. 삼성 면접은 불시에 하는 것 같고,, K대 면접 취소로 당장 급히 해야 할 것이 없어졌다. 저널 논문 리뷰를 해야 하지만 하루이틀 정도의 단타로 끝날 일이다. (모든 것이 실패했을 때 미국 정착을 위해 리뷰어 내역을 준비하고 있다. 한다고 하지 말걸 후회하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갑자기 아주 여유로워졌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맞는 빈 주말인데 게임은 끊은 지 오래고, (미국에선 배드민턴이 너무 마이너하고, 애기도 있어서...) 배드민턴을 치기는 어렵다. 공부나 해야 하나..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딱히 할 게 없다.
'뚝딱이의 대학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 SDI 임원면접 후기 (2025 T&C Forum) (4) | 2025.06.11 |
---|---|
지방 사립대(K대) 면접 후기(+여러 번의 교수 임용 면접을 보며...) (10) | 2025.05.27 |
버거운 박사학위 (6) | 2025.05.22 |
경남 국립 C대 교수 임용면접 후기 (4) | 2025.05.14 |
[미국 포닥] 내가 바닥인줄 알았는데..어느 인도 포닥 이야기 (4) | 2025.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