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의 시작

2023. 3. 15. 07:14뚝딱이의 일상/미국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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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생각하면 막연히 '꿈의 나라', '논리적인 곳',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곳' 등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지만 미국을 간다면 나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고, 세계적인 교류를 쉽게 하는 등 여러 이점이 있기에 미국을 꼭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미국을 오게 되었다..

 

이민을 준비하고 이사하는 것은 미국이 아닐지라도 겪는 일차적인 문제였지만, 그것도 매우 힘들었다. 버릴 것 버리고 쌀 것 싸서 가면 되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막상 짐을 정리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무척 힘들었다. 아내가 일을 쉬고 2주 간 짐을 정리했는데도, 여러모로 힘든 일의 연속이었다. 매일 당근을 통하여 물건을 정리하였고, 버리기 너무 아까운 것은 처가와 시댁에 주말에 방문하여 보관하였다. 그 와중에 지도 교수님은 미국 가기 전 논문 마무리를 하라며 비행기 타는 날까지 제촉하시고..

 

짐을 정리하는 것 외에도 이민 준비는 할 것이 많았다. 미국 보험에도 가입해야 했고, 유학 가는 학교의 서류도 준비해야 했다. 비자도 준비해야 하고 집도 미리 구해야 했다. 관련 글이 많았고 같은 곳으로 유학 간 선배의 도움이 있었지만, 직접 일을 진행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일이었다. 서류에 적힌 영어는 너무 낯설었고, 미국에 직접 통화하는 것은 너무 두려웠다. 와이프와 어찌어찌 하니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끝이 없었다. 고양이 데려가는 것도 문제였고, 배드민턴 라켓도 챙겨야 했다. 공항 규정에 맞게 짐 준비를 해야 했는데, 23kg 무게 제한이 어마 무시한 문제였다. 우리의 삶을 23kg에 맞추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한국 집도 정리해야 했고, 주소 변경이나 집, 차 계약 등도 일정을 잘 조율해서 진행해야 했다. 핸드폰 같은 것도 미리 준비하여 미국에서도 연락을 받을 수 있게 하였다.

 

어찌어찌 미국에 도착하였는데, 정말 막막하긴 마찬가지. 배터리는 없고, 인터넷은 안되고, 말은 어렵고.... 첫 날 택시가 아닌 렌트를 한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고양이는 스트레스로 털이 빠지고 비는 오고... 배도 고팠지만 가장 먼저 은행에 가서 계좌를 만들었다. 정말 계좌만 만드는 것인데도 2시간 이상이 걸렸다. 화장실은 가고 싶고, 배터리는 점점 0%.. 이거 0%되면 집은 어캐 찾아가지? 산 넘어 산이었다. 다행히 그러진 않았지만.. 문제는 더 있었다. 계약한 집에 가더라도 전기는 따로 계약해야 했는데, 우리는 아직 미국 주민번호인 SSN 번호가 없었다. SSN 번호가 있으면 전화 한 통으로 끝이지만 SSN 번호가 없으면 Verifying number를 따로 받아야 했고,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예상 밖이었다! 2개의 폰 중 1개는 죽어버린 상황에서 10% 남짓의 폰을 가지고 전화를 해가며 기관을 찾았다. 정부 기관에서 발행해 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한국의 구멍 가게와 비슷한 (check를 발행해주는) 곳이었다. 

 

그리고 집으로 갔고, 집은 무척 아늑하고 넓고 야경이 좋고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냉장고가 있었다. 무척 좋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침대, 소파 등은 하나도 없었고 그릇도 없고... 으아!!!! 바로 옆에 타겟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생필품을 사고 밥 해먹을 것을 사니 우리는 좀 쉴 수 있었다. 하지만 고생은 이제 시작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