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임신 그리고 유산의 위험

2023. 5. 18. 09:00뚝딱이의 일상/미국생활

728x90

와이프가 임신을 한 지 5주차라 했다. 5주 정도면 안전한 거겠지? 기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 쳤다. 알릴만한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아기는 어떻게 키워야 하나 영상도 많이 보고 글도 많이 읽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와이프가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피가 나는 현상은 spotting이라 하여 정상적인 임신이라도 방울방울 조금씩 흘릴 수 있다는데,, 일주일 이상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피도 갈색이 아닌 선홍색이고, 양도 그 기간 동안 적지 않았다. 와이프 말로는 딱 생리 하는 정도. 여기저기 찾아본 결과 초기 임산부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와이프는 1주일 동안 누워만 있었다. 절대안정 이라는 대전제 하에 식사 준비부터 청소 등등 집안일은 전부 내가 도맡게 되었고, 와이프는 커피, 와인 등 아기에게 안 좋은 것들은 모두 끊었다. 그런데도 출혈은 멈추지 않았다.

 

미국 의료 시스템은 참 이상하다. 한국은 임신 사실을 알기 시작한 때부터 산부인과를 가고, 초음파를 찍고, 여러 상담을 하고,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근데 미국은 8주가 되기 전까지는 산부인과에 갈 수가 없단다. 어차피 8주 미만의 산모에게는 특별한 치료가 불가해서일까.. 그래도 너무 불안했다. 나는 와이프만 무사하면 상관 없었는데, 와이프는 무척 불안해했다.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혹은 잘못 되었는지 만이라도 알고 싶어 했다. 아니면 현재 상황에서 돌아다녀도 되는 것인지 누워만 있어야 하는 것인지 무척 불안해 했다. 누워만 있는 것도 와이프에겐 큰 스트레스였다.

 

너무 걱정된 나머지 Urgent care에 예약을 했다. Urgent care는 우리나라 응급실 같은 곳이며, 미국의 emergency room은 정말정말 위급한 사람이 가는 곳이란다. 1회 방문에 25달러 정도의 비용이 든다지만 걱정을 덜 수만 있다면 상관 없었다. 하지만 여러 후기를 보니 urgent care에는 산부인과가 없으며, 여기서 산부인과로 추천서를 써 준다고 해도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기에는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단다. 그럼 이미 거의 8주가 되는 것이 아닌가?!  결국에는 누워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포기를 하려는데, 와이프가 혹시나 싶은 마음에 산부인과에 직접 전화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예약을 해 준단다. 와이프의 간절한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어쨋든 다음에 미국 그렇게 우리는 다음날로 산부인과 예약을 하였다. 택시 타기도 아까워 걸어가겠다는 것을 말리고 말려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다. 병원이 뭐가 그리 복잡한지... 한참을 헤매어 의사에게 갔다. 미국 의료 시스템은 의사 중심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같은 병원이더라도 나의 의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 의사가 있는 오피스를 직접 찾아가야 했다. 

 

의사가 진료를 하기 전에 오퍼레이터가 와서 초음파를 찍었다. 너무 신기했고, 5주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고 너무 정상적이라고 너무 일찍 왔다고 했다. 퉁명스런 어조였으나 그게 얼마나 안심인지.. 이래서 병원에 오는구나 싶었다. 초음파와 간단한 검사 및 상담이 50만원 정도라고 했는데, 너무 잘 왔다는 생각이었다. 근심 걱정을 돈으로 해결할 수도 있구나, 돈을 많이 벌자. 이어서 와이프는 피검사도 하고 간단한 문진도 했다. 와이프가 간호사 경험이 있고, 미국 간호사 시험을 준비한 것이 참 다행이었는데, 정말 어려운 용어가 너무 많았다. 난소, 난자, 피임... 만일 처음 산부인과를 방문한다면, 주로 쓰이는 용어를 공부하거나 관련 자원 봉사자가 있다니 알아보길 바란다. 간단한 문진을 마치고 기쁜 마음에 잠깐의 데이트를 하고 결과를 들으러 다시 병원에 방문했다.

 

산부인과 의사는 정말 친절했고, 와이프의 마음에 깊게 공감을 해주었다. 좋다는 결과겠지... 근데 의사가 와이프의 난소를 직접? 본 후 이야기가 크게 달라졌다. 5일 후에 다시 와 보란다. 변화를 보자는 것이었는데, 와이프는 눈치를 챈 것 같다.

 

(조언)

미국에서 임신 계획이 있다면 꼭 좋은 보험을 들길 바란다. 좋은 보험이란 Out of pocket maximum이 낮은 것이고, 이는 우리가 내는 최대의 의료 금액을 의미한다. 싼 보험은 이러한 항목이 없거나 금액이 높다. 한국에서 100만원 짜리 수술도 미국에서는 1000만원 이상이 되므로 임신을 한다면 보험 기관에 out of pocket maximum의 비용을 최대로 지불하고 다닐 확률이 높다. 다행히 우리는 이 항목이 500만원인 보험을 들었고, 5일 후에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비용적으로는 안심을 하고 있다.

 

유산은 너무 힘들고 좋지 않은 경험이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생각하자면 와이프가 다시 커피도 마시고 와인도 마시고 산책도 하고 친구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이에 대해 조금 희생할 생각을 하고 아이를 갖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아직 아기를 갖는 것은 조금 일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