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인건비에 대한 고찰

2023. 5. 19. 23:19뚝딱이의 대학원

728x90

요즘에는 한 생각에 빠져 있다. '내가 교수가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다. 물론 김칫국을 마시는 생각이지만, 교수가 되더라도 문제가 참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언제까지 대비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러한 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나름 재미가 있다.

 

오늘은 인건비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다. 대학원 때 고생을 해 본 입장으로는 당연히 100% 풀로 당겨주어야 하지 않나 싶다. 내가 알기론 박사 350만 원/월 및 석사 290만 원/월이 최근의 최대한의 인건비이다. 새벽에 와서 저녁에 퇴근하는, 자신의 삶이 없는 대학원 인생에게 저러한 돈도 부족한 것이 아닐까? 단지 미래의 꿈을 위하여 자신을 갈아 넣는 것의 무게는 한없이 큰 것 같다.

 

하지만,, 교수 입장에서 봤을 땐 어떨까? 350만원씩 1년을 주면 4200만 원이다. 만일 2명이라면 8400만 원, 3명이면 12600만 원이다. 1억이 넘는 돈을 내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을까? 학생 수가 더 늘어난다면? 생각보다 막막하다. 물론 BK나 학교 장학금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은 보장이 된 것이 아니고 학생이 능력껏 받은 것을 뺏는 꼴이 된다. 나는 100만 원 남짓을 받고 살았는데... 교수 입장에서 본 인건비는 무척 어렵다. 내가 학생들을 재정적으로나마 최대한 지원해 줄 수 있는 능력이 될까? 노력에 노력이 필요하다.

 

하이브레인넷의 다양한 글을 보면 인건비 감축과 같은 일이 빈번한 것 같다. 특정 장학금을 탓기 때문에, 기업 장학생이 되었기 때문에 혹은 조교 장학금을 탔기 때문에 등 추가 지원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나는 이러한 것들을 모두 겪었고, 이것이 얼마나 억울한지 안다. 역시나 다른 사람들도 이에 대한 의견은 매우 분분하며, 앞으로도 계속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또한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이는데, 최저 임금으로 정해 놓은 것이 결국에는 대학원생의 인건비가 된다. 지금 미국 옆 자리 사람의 경우 250만 원 정도의 월급에서 절반을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고 125만 원으로 삶을 연명한다. 미국 물가와 집세를 고려하면 한없이 적은 금액이다. 

 

특이한 한 연구실의 사례가 있다. 인건비는 최소로 주되 논문이나 특허 등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연구실이었다. 결과가 좋으면 많이 받고 결과가 나쁘면 조금 주고,,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경우 너무 성과에만 급급한 나머지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진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결국엔 교수가 학교로부터 평가 받는 방식이며, 나아가 사회에서 사람들이 평가받는 방식과 같다. 이 연구실은 아주 잘 돌아가며 인원이 많다 못해 터질 지경이다.

 

다른 연구실의 사례도 있다. 인건비를 최대로 주되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곳이다. 아마 과제가 많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실의 경우 성과가 오히려 좋지 않다. 연구실이 너무 편하고 좋으니 졸업에 대한 열망도 없고, 굳이 인센티브를 받지 않아도 살만 하다. 최종적으로는 논문 2편을 겨우 맞추어 10년 만에 졸업을 한다. 자대생도 많고 학생들도 많으나 과연 좋은 연구실일까 싶다.

 

내가 나온 연구실은 또 다른 사례인 듯 하다. 인건비를 최소로 주고, 인센티브는 없다. 하지만 다른 생각을 못 하도록 시간마다, 일마다, 분기마다 해야 할 일을 준다. 자대생은 오지 않지만 먼 지방에서 온 타대생이 많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 연구실은 너무 잘 돌아간다. 불평불만이 많지만 실적이 많으니 미래 걱정은 크지 않다. 타대생이기에 자퇴라는 선택도 하지 못한다. 중소기업 느낌이긴 하지만 졸업 후 다들 대기업을 가니 희망이 한 줄기가 있는 것이겠지.

 

인건비 때문에 학생이 어떻느니 하는 것이 옳지만은 않겠지만 어느 정도 큰 영향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과연 나는 어떤 연구실을 꾸릴까? 복잡하고도 재밌는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