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10. 01:12ㆍ뚝딱이의 대학원
면접을 보았다. 두 번째 면접. 첫 번째 면접보다는 덜 설렜고, 기대도 덜어졌다. 하지만 발표 시간이 다가오며 긴장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발표는 새벽 5시.. 한국 시간 기준이라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은 항상 그렇듯 촉박했고, 밤을 새워 준비를 했다. 내 연구 내용을 발표하는 것인데도 왜 이렇게 어려운지, 또 영어로 말하는 것은 왜 이렇게 버벅 거리는 걸까? 아내 앞에서 연습을 반복하며 피드백을 듣고 연습의 연습을 통해 이를 고쳐나갔다. 결국 지난번과 같이 '원어민정도는 아니지만 한국인으로서 봐줄 만한 수준'이라는 평을 받았다. 오케이 준비 완료ㅎㅎ
발표는 순조로이 진행되었다. 여러 번 연습을 통해 시간에 맞추어 딱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교수님들의 질문 공세는 아주 거세었다. 자잘한 것들도 있었으나,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었다. '좋은 논문을 많이 쓴 것은 알겠는데, 그래서 너의 진정한 강점이 뭐니?' 말문이 턱 막혔다. 평소에도 계속 의문이 들던 부분이었다. 나는 A를 연구하는 연구실을 나왔으나, 결국 재미를 이유 삼아 B와 C를 주된 연구 업적으로 하고 있다. 또 시뮬레이션 (수식 혹은 컴퓨터)을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실험 정도가 나의 강점이 아닐까 싶다. 한데 나의 B와 C는 실험을 구상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현상을 찾고, 이에 대한 개념을 적립하고, 이를 현실성 있는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럼 나의 강점은 뭐지..? 공학자가 맞긴 한 걸까?
역시나 그렇듯 발표가 끝난 뒤 내 머릿속은 계속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어떻게 대답해야 했을까? 나는 어떤 연구자일까? 현 지도교수님이 그러셨다. 유럽이나 러시아의 공학자는 자신을 공학자가 아니라 물리학자로 생각한다고. 새로운 현상이 나오면 이를 학문적으로 적립하고 세상에 적용하는 것. 그 과정에서 어떤 방법 (시뮬레이션이나 수식화 혹은 실험)은 부수적인 것이 아닐까? 필요하다면 배우면 되고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남들과 경쟁하며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도 있지만, 어떤 새로운 현상에 대해 찾아 나서고 이를 밝혀내는 것도 공학자의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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