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28. 06:35ㆍ뚝딱이의 일상/미국생활
1. 여행할 결심
시카고와 멀지 않은 곳 (차로 8시간 거리)에 있었기에 미국에 오자마자 나이아가라를 가리라 마음을 먹었었다. 하지만 정작 2년이 지나도록 실제로 가지는 못했는데, 으레 포닥이 그렇듯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 연구하러 왔지 놀러 왔어?' 아내의 여행 가자는 조름에 으레 그렇게 얘기했었고, '다른 사람들이 연구실에 나오지 않더라도, 나는 꼭 시간 맞춰 출근해야 한다'는 한국식 강박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고, 이렇게 아까운 시간을 왜 그렇게 보냈나 싶다.) 아내의 임신이라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때는 '임신' 혹은 '아이가 생긴 뒤'에는 여행을 가기 더 어렵다는 것을 나는 생각지 못했었다.
그렇게 몇 여행을 가보지도 못한 채 아이가 태어났다. 밤낮없이 울어 대던 아이는 8개월이 되자 (주기적인 낮잠과 함께) 밤잠도 자며, 이유식도 먹었다. 즉, 육아에 있어 우리에게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마침 취업 인터뷰도 없고, 교수님도 (학회로 인해) 부재한 기간, 우리는 생각했다. '지금 어디론가 가야 해!' 그렇게 우리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 나이아가라 여행을 기획했다.
2. 로드 트립을 선택한 이유
나이아가라에 가는 방법은 이동 수단에 따라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1. 비행기와 2. 자동차. 당연히 먼저 알아본 것은 비행기였다. 아기가 있으니 빨리 가서 빨리 오는 것은 너무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하지만 가격이 비쌌다: 인당 200~300달러.. 결국 우리는 로드 트립을 하기로 했다. 차도 이미 있으니 추가로 드는 비용은 약 150달러의 기름값 + 150달러의 중간 호텔비 정도였다.
3. 여행 일정
계획했던 여행 일정은 다음과 같다.
- 첫째 날, 아침 일찍 (오전 5시) 출발하여 점심 (오후 3시)에 나이아가라 도착, 이후 페리 투어 및 가볍게 산책.
- 둘째 날, 넉넉히 (오후 12시 정도쯤까지) 나이아가라 전망대 투어 및 홀스슈 폭포 투어, 이후 중간지 (클레블랜드)로 운전
- 셋째 날, 클레블랜드에서 집으로
아기가 있어서 널널이 시간표를 작성하였는데도 시간표대로 이동하기가 참 힘들었다. 먼저 아기 도시락을 챙기느라 오전 5시 출발이 1시간 지연되었고, 아기가 울 때마다, 우리의 피곤할 때마다 휴게소에 들러야 했기 때문에 이동 시간이 크게 늘어났다. 시차도 한 시간 있어서 첫째 날 도착 시간은 오후 3시보다 4시간 지연된 오후 7시였다. (다행히 페리는 8시까지라 탑승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약 13시간 동안 이동을 하다 보니 정말 정말 피곤했다. 돌아올 때는 클레블랜드를 경유한 것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다녀본 사람들의 강력한 권고를 들은 것이었는데, 만일 돌아오는 것도 하루로 잡았더라면 얼마나 피곤했을지 참으로 아찔하다.
4. 운전에 대해
2009년식 차에 크루즈 모드가 있나 싶어 알아봤는데, 다행히 크루즈 모드가 있었다. 둘 다 써본 적이 없었던 지라 사용법을 미리 숙지했다. 신형 자동차는 자동으로 거리나 속도를 조절한다는데, 우리는 레버를 통해 수동으로 이를 조정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1. (주변에 차가 없다면) 발을 페달에서 떼도 된다는 점, 2. (제한 속도 아래로 속도를 맞추어 두면) 속도위반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정말 별 것 아닌 듯싶었지만, 운전 피로도를 크게 낮추어 주었다.
도로에는 트럭이 정말 많았다. 미국 트럭은 한국 트럭에 비해 정말 크고, 과속이나 추월도 서슴지 않게 하기에 옆을 지날 때마다 손에서 식은땀이 났다. 탁 트인 시야에 해가 너무나 쨍쨍해서 선글라스는 필수라 말하고 싶고, 휴게소는 생각보다 종종 있었다. 화장실이나 배고픔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페트병이나 밥통 안 챙겨도 됨) 다만 휴게소는 한국처럼 도로 사이드에 바로 보이게 있을 수도 있지만, ramp로 빠져나가야 볼 수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미리 휴게소 표지판과 exit 번호를 확인한 뒤, 잘 빠져나가야 한다. 또 휴게소마다 식당이 너무도 달라서 '아는 음식점이 보일 때' 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휴게소는 샤워실도 있었는데, 이를 이용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 하다. 모든 휴게소는 미국답지 않게 매우 쾌적했다.
아내와 한참을 떠들며 운전을 하거나 운전 보조를 했다. 이 부분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족, 친구, 우리의 미래 등 모든 주제에 대해 떠들고 나니 왠지 모르게 더 친해진 기분. 아기가 찡찡거릴 때에는 난처하고 힘들고 짜증이나기도 했지만, 간식과 장난감, 재롱으로 이를 무마할 수 있었다. 그 좁은 공간에서 고통과 이를 이겨냄은 우리 부부를 더욱 돈독하게 해 주었달까...
5. 나이아가라 소감
일단 나이아가라 폭포는 정말 엄청났다. 한 10층 높이로 생각보다 높이가 있지는 않았으나, 그 웅장함과 거대한 유량은 어떠한 경외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페리는 물이 흠뻑 젖을 거리까지 가까이 가서 어느 정도 정차(?)하는데, 이 경험이 정말 인생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전망대는 폭포를 맞을 수 있는 정도까지 가까이 걸어가는 것이었는데, 이 또한 신선한 경험이었다. 한 여름이어서 그런지 물은 전혀 차갑지 않고 시원했다. 비옷을 주어 입었는데도 옷 내부까지 흠뻑 젖었다. 몇 관광객은 비옷조차 입지 않고 폭포를 온몸으로 즐기기도 했다.
가장 걱정됐던 것은 8개월 된 아기였다. 저 거대한 폭포로 인해 이 아기가 위험해지진 않을까? 배나 전망대에도 난간 외 별다른 안전장치가 부재했기에, 지금 생각해 봐도 엄청 안전한 환경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외에도 많은 아기들이 관람하였기에 괜찮은 거겠지 싶다.
6. 그 외
관광지임에도 물가가 매우 쌌다. 6달러에 왕 큰 두 스쿱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20달러에 3인 가족 기념티를 구매할 수 있었다. 맞은편 캐나다 쪽 관광지와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일까.
캐나다 쪽이 경치를 보기에 좋고, 미국 쪽이 액티비티를 하기 좋다고 한다. 비자 문제가 있어 캐나다 쪽은 가지 못하였으나, 크게 아쉽진 않은 것 같다. 미국 쪽만 봐도 충분히 잘 봤다.
인도 사람들이 정말 정말 정말 많았다. 캐나다에 인도인이 많이 이주하였기 때문이라 한다. 뭔 상관이냐 싶지만, 밥집이 대부분 인도 음식점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첫째 날 저녁으로 길거리 푸드 트럭에서 인도음식을 먹었는데, 평범한 할랄푸드였다. 둘째 날에는 하드락카페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하드락카페에서의 햄버거는 아주 맛있었고, 락에 미쳐 보이는 (주렁주렁 옷을 입는다던지, 긴 머리를 한다던지 하는)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클래블랜드에서는 다른 곳을 들르진 않았다. 가볼 만한 큰 특색 있는 곳을 찾아볼 수 없었고, 너무 피곤하기도 했다. 또 거리에 노숙자가 너무 많아 안전하지 않아 보였다.
7. 최종
아기를 데리고 로드 트립으로 나이아가라 가볼 만하다! 다음에 언제 올까 싶지만, 부모님이나 장인 장모님이랑도 한 번쯤은 꼭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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