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 시카고 첫 이사 후기

2024. 8. 12. 14:04뚝딱이의 일상/미국생활

신축 아파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영장이나 헬스장이 있는 럭셔리 아파트에 살던 우리 가족. $300의 주차비까지 포함하여 월 $2600 정도의 렌트비는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감당할 수 없는 정도도 아니었던 것이 ($47500의 적은 연봉임에도) 나는 미국에 온 지 첫 2년간은 (한미조세협약에 의해) 세금을 내지 않았고, 아내가 아르바이트도 하여 약간의 부수입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2023년 3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약 18개월의 아파트 계약기간 동안 정말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돈을 팡팡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사용 가능한 공짜 헬스장이 있었고, 밤에도 아내와 안전하게 걷기 좋은 아파트 내 트랙이 있었으며, 항시 사용 가능한 피클볼장이나 수영장이 있었다. 몇 번 이용하진 않았지만 맛있게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바베큐장, 맥주만 가져가도 행복한 멋진 루프탑도 있었으며, 아파트의 각종 이벤트는 여러 문화의 음식을 종종 맛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사를 하고 보니 기본적으로 깨끗한 환경, 택배를 안전히 보관할 수 있는 보관고, 쓰레기를 같은 층 공간에 버릴 수 있는 Trash chute, 어플로 신고만 하면 바로 고쳐 주는 maintenance 서비스 등은 이제 와서 보니 럭셔리 아파트라 누릴 수 있었던 아주 값진 편의였다. 

 

이렇게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사를 생각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아파트의 계약 연장 시 렌트비가 월 $100 정도의 상승이 있었고, 2) 아기가 태어날 예정임에 따라 아내의 부수입 유지가 불가하였다. 3) 아기 물품들을 넣을 수 있는 추가 공간도 필요했다. 아쉽지만 이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행동력이 강한 아내가 약 두 달 간 이 집 저 집을 검색하였다. Apartment.com을 주로 이용했으며, 매물이 금방 나왔다 사라지기 때문에 검색을 수시로 진행하였다. 우리는 새 집을 찾는 과정에 있어 몇 가지 기준이 있었는데, 1) 고양이를 키울 수 있어야 했고, 2) 실내에 세탁기/건조기가 있어야 했으며, 3) 방이 2개 이상이어야 했고, 4) 가격은 월 $2000 내외이길 바랐다. $2000의 가격이 기본으로 잡힌 상황에서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집을 찾는 것만으로도 많은 집이 검색 후보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아내의 꾸준한 검색으로 학교 근처에 보통 대학생들이 사는 오래된 아파트를 찾을 수 있었다. 

 

온라인으로 아파트를 찾았으면, 연락을 통해 약속을 잡고 집을 보러 갈 수 있다. 우리는 약속을 잡았고, 집 앞에 도착을 해 보니 다른 팀도 같은 집을 보러 와 있었다. '좋은 집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괜찮으면 먼저 선점해야겠지 싶었다. 미국스럽게 중개인이 약간 늦게 도착하였고, 약속한 집에 들어가는데,,, 속으로 참담한 심정이 들었다.

 

우선은 온라인에서 봤던 집과 외관이 달랐다. 우리가 보러 온 집은 웹사이트에서 보여주는 멀쩡한 외관의 2층 나무 집이 아니었다. 그 집 옆의 골목을 따라, 쓰레기통을 스치듯이 지나면, 집 뒤편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그러면 드디어 우리가 계약할 집이 보였는데, 이런 집은 미국에서 그동안 본 적이 없었는데? 싶은 아주 허름한 집이었다. 나는 이 때 '미사일 맞은 듯한 집'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아내한테 말하니 깔깔대며 재밌어했다. 마치 캐리비안 베이에서나 있을법한 오래된 나무 계단을 올라가니 드디어 우리가 보기로 했던 그 집 (3층)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집 내부는 생각보다 아늑했는데, 방도 꽤 널찍했고, 물도 잘 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외관에서 너무 실망해서 리타이어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결정은 아내의 몫, 아내는 꽤 만족해했다. 방도 널찍했고, 가격도 저렴했으며, 세탁기/건조대도 있으니 문제없다는 입장. 온라인으로 여러 집을 봤기에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집이면 아주 훌륭하다고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계약을 하였다.

 

집에 가서 온라인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읽을 것이 아주 많았는데, 대략적으로 확인하고, 여기저기에 싸인을 했다. 온라인으로 접수하는데만 $60달러 정도가 들었다.  이놈의 서비스비... 미국이었다.

 

이사 과정은 아주 복잡했지만, 하나하나 해결해갔다. 기존 아파트에 이사를 통보하고, 이사 시간을 예약하여 이사 전용 엘리베이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U-Haul을 통해 트럭을 예약하였고, 새 아파트에 대한 보험도 가입하였다. 차 보험도 이참에 새로 가입하였고, 전기-가스-인터넷 회사에 연락하여 새 아파트에 들어가는 날짜에 맞추어 서비스를 신청했다. 하나하나 문제가 없는 것이 없었지만, 우리는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다음과 같이 이슈&팁을 소개한다.

 

- 한국에서는 이사 나가는 날짜와 이사 들어가는 날짜를 거의 동일 시 하는데, 미국은 약간 여유를 두고 하는 것 같다. 애초에 그런 날짜를 맞출 수 있는 옵션이 있으려나 싶다. 우리는 이전 아파트 계약 날짜가 8월 31일까지였으나, 새 아파트 계약이 8월 1일에 시작했기 때문에 이와 가장 가까운 토요일인 8월 3일을 이사 날짜로 잡았다. 이사를 나간다고 계약 기간에 대한 집세를 내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8월 한 달 정도의 집세를 낭비한 셈이다. 하지만 너무 빠듯하게 이사 날짜를 잡다가 문제라도 발생하면 큰일이었기 때문에 한 달 정도의 여유는 아주 적당한 듯하다.

 

- U-Haul을 통하면 매우 저렴하게 트럭을 예약-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쏘카처럼 어플을 통해 이용할 수 있어 미국 치고는 아주 편리한 편이다. 가격도 일반 렌터카에 비해 무척 저렴한 편. 우리는 적당한 크기의 트럭을 4시간 대여하였고, 대여에는 40달러 정도의 적은 비용이 들었다. 트럭 외에도 박스, tray 등 여러 이사 물품을 구매/대여할 수 있다. 가격은 홈디포/아마존 등에 비해 약간 비싼 편이지만 트럭을 대여할 때 같이 전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장단점이 있다.

  주의할 점은 차를 렌터 할 때 U-Haul 지점의 직원을 통해 차를 대여하게 되는데, 미국 특성상 간판이 없거나 아주 작으므로 렌터샵을 찾기 어렵다. (주변을 아주 잘 확인해야 하며, 우리는 U-Haul 지점을 찾지 못해 약 30분 정도 시간을 낭비했다.)

  차를 대여하는 지점은 대여 상황에 따라 임시로 변동될 수 있는데, 이는 미리 통보하여 주어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새로 변경된 지점에서 내가 트럭 외로 대여한 운송 장비 (tray)가 없다 하여 급작스럽게 이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다행히 아파트에서 빌려주어 문제는 없었지만, 만일 tray를 빌리지 못했을 경우 어찌했을까 싶다.

  차를 반납할 때는 항상 초반의 기름을 채워 넣어야 한다. 이에 관한 규정이 없어 채워 넣지 않고 반납을 했더니 $50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렌터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이니 주의해야 한다.

  시간은 생각한 것보다 2시간 정도 더 렌트하는 것이 안전한 것 같다. 나는 이사에 2시간 정도 예상했는데, 이것저것 하다 보니 4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렌터 중에 시간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니 이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

  트럭은 생각한 것보다 1~2단계 큰 것을 대여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원룸에서 이사하는 거라 3번째로 작은 트럭을 렌트했는데, 내가 자차로 상자들을 따로 옮겼음에도 트럭이 꽉 차버렸다. (원래는 상자까지 모두 이 트럭을 이용하려 했던 것인데, 아차 싶었다.)

 

- 이사를 갈 때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는 이전 집 청소를 아주 깨끗이 했야 했다. 화장실 구석구석 곰팡이를 제거하고, 냉장고를 구석구석 닦고 모든 유리와 창을 두어 번씩 광이 나도록 닦았다. 벽에 얼룩도 지우고 삼일 정도 청소를 하였는데, 아직까지 별 말 없는 것 보니 청소가 충분히 된 듯하다. 소독용 물티슈만 5통 정도 사용한 듯한데, 이는 코스트코에서 대량으로 싸게 판매하니 이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 차량 스티커도 변경을 해야 했다. 거주 지역 별로 zone 스티커를 발부받아야 주차가 가능했고, 기본 레지덴셜 스티커의 주소도 바꿔야 했다. 시카고에서는 SOS가 DMV랑 같다고 하는 글이 있길래 DMV로 갔는데, 막상 가보니 스티커는 취급 안 한다고.. SOS에 가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돈을 더 내더라도 근처 Cash shop에 가 스티커를 발급받았다. 돈을 더 내니 진행속도는 일사천리.

 

교수님이 부재한 이사 전 이틀 동안 자차로 상자 짐을 날랐음에도 원룸의 짐은 끝이 없었다. 특히 엘리베이터가 없는 새 집의 계단은 정말 고역이었다. 나르다 보니 무릎도 아프고,, 만일 직접 이사를 한다면 보호대를 미리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이사 전이나 이사 후 집에 엘리베이터가 있다면 예상보다 2배 정도의 힘이 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나는 짐을 나르고 아내는 짐을 풀고 정리를 하였는데, 임신한 몸으로도 정말 열심히 일해주어 고마웠고, 혹시나 하는 문제가 터지지 않아 감사했다.

 

이사 당일, 연구실의 브라질 친구들과 이사를 진행했다. 2명을 불러 나까지 3명의 장정이 이사를 진행하였는데, 브라질 사람 정말 힘을 잘 쓴다. 브라질에서 몸으로 하는 이사를 여러 번 해봤다고,, 축구선수 같이 마른 몸인데, 소파도 번쩍 들고 너무 대단했음, 힘쓰는 일이 있다면 브라질 인부를 추천한다. 그럼에도 이사는 너무 힘들었는데, 3층인 새 집에 엘리베이터가 없었기 때문. 퀸 사이즈 침대 매트리스가 끝판 보스였는데, 진공으로 부피를 크게 줄였음에도 진짜 너무너무 무거웠다. 해병이 머리에 배를 이고 가듯이 끙차끙차 올라갔음; 이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도 팁이 없다. 죽어라 올려야 한다. (다음에 이사를 간다면 불태워버리고 새로 살 것이다)

 

브라질 친구들에게는 꽤 괜찮은 일식집에서 밥을 대접하는 것으로 마무리. 300달러 정도가 나왔지만 별로 아깝진 않은 금액이었다. 만일 전문 사람을 썼다면 시간당 100달러 이상 나왔을 텐데, 4시간이 걸렸으니 2명 x4시간 x100달러=800달러 정도의 금액이 들었을 셈이다. 

 

새 집에 물건을 다 옮겼음에도 이사는 끝나지 않았다. 새 집 상태가 한국인 기준으로 아주 더러웠기 때문. 세탁기에는 곰팡이가 가득했고, 바닥에는 먼지가 그득 했다. 분해하고 닦고 쓸고 반복... 벌레들도 계속 들어와서 모든 구멍마다 방충망도 설치했다. 토요일에 이사를 했는데, 모든 작업을 포함하면 그다음 주 주말까지 할 일이 계속 있었다.. 식료품을 사고, 코스트코에서 작은 냉장고를 사고, 이케아에서 작은 가구나 커튼도 사고,, 2주쯤 되니 어느 정도 괜찮은 집이 되었다. 여유가 좀 생기니 식물들을 구매해서 그 낡은 계단을 좀 꾸몄는데, 그 미사일 맞은 것 같은 집이 훨씬 나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