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4. 00:07ㆍ뚝딱이의 일상/미국생활
100년 정도 된 집이라 그런지 손봐야 할 것이 많았는데, 드문드문 벗겨진 대문 페인트 또한 그중 하나였다. 미국은 보통 메인터넌스 업체가 집마다 있어 필요할 때마다 메인터넌스를 요청하면 해결해 준다. 하지만 (케바케이긴 하지만) 담당자와 연락이 잘 되지 않거나, 사소한 거라도 몇 개월이 걸린다거나, 마감 등을 무척 대충 해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사소한 예로 연구실의 싱크대는 몇 개월째 물이 새고 있다.. 이런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서인지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능한 한도 내에서) 스스로 집을 고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이참에 직접 페인트칠을 해 보기로 했다. 미국에 와서 페인트도 칠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또 유체역학에서 매번 나오는 페인트를 이제야 만져보다니!
그냥 페인트를 사서 칠하면 되지 싶었는데, 그건 아주 큰 오산이었다. 페인트만 해도 여러 종류가 있었고, 전처리 후처리 등 찾아보니 페인트칠 전후에도 해야 할 것이 아주 많았다. 나는 우선 유투브 검색을 통하여 나의 상황에 맞는 몇 가지 정보를 정리해 보았다.
- 먼저 페인트는 수성과 유성 페인트로 나눌 수 있는데, 수성 페인트는 편의 및 유해성, 유성 페인트는 기능면에서 강점이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기능성 수성페인트는 기능도 어느 정도 괜찮다고 하여 수성페인트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수성페인트면 다 되는 듯. 1L 정도면 방문 앞뒤로 2회 정도 칠할 수 있다고 하여 1L 혹은 500 mL를 구매해야지 싶었다.
- 붓, 롤러도 결정을 해야 했는데, 붓은 작은 면적, 롤러는 벽과 같은 아주 큰 면적에 용이하다고 한다. 나는 문 옆의 문지방을 새로 칠할 것이었기 때문에 붓만을 구비하기로 했다.
- 스크레퍼 및 사포는 페인트 칠할 면의 기존 페인트나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하다. 전동으로 진동을 하는 샌딩기가 있으면 아주 쉽게 작업이 가능하다 제정상의 문제로 사포를 대충 사서 손으로 문지르기로 했다. 사포를 붙일 수 있는 손잡이나, 이 대신 블록형의 사포를 구비할 수 있고, 나는 블록형의 사포를 구비했다. 다행히 스크래퍼는 3D 프린터용 금속 스페츌라가 집에 있어 대신 사용하였는데, 만족스럽게 사용하였다. 손잡이가 있는 아무 얇은 금속 판이라면 페인트 용 스크레퍼와 별 차이 없는 듯.
- 그 외에도 PVC, 마스킹/커버링 테이프 (주변 오염 방지 및 깔끔한 마무리), 젯소 (접착력 향상, 페인트 덧칠 시 필요 없음), 핸디코트 (평탄화 시)를 유튜브에서 추천해 주었으나, 비용을 이유로 아내에게 커트. 지금 생각해 보면 꼭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면 마스킹/커버링 테이프 정도만 추가 구매하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을 보니 페인팅 작업은 보통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1. 스크래퍼나 해라를 이용하여 이물질 제거
2. 퍼티작업을 통해 틈새 제거, 굳는 데 환경에 따라 1시간~1일 소모
3. 빠데로 벗겨진 페인트 매꾸기
4. 사포질 (마키다 샌딩기)
5. 페인트 칠(1~3차)
하지만 처음이라 자신이 없기도 하고, 최대한 가성비도 살리고 싶어 1, 4, 5번의 항목만 수행키로 했다. 연구실의 브라질 친구에게 물어보니 보통 그 정도만 하면 된다고. 가까운 홈 디포에 가서 물건들을 구매했고, 아래와 같이 (순서대로) 사포, 페인트 통, 페인트, 붓을 구매했다.
찾아본 정보도 있고 해서 물품들을 바로 구매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홈디포에 가니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먼저 페인트는 종류가 너무너무 많아 무엇을 사야 할지 감이 1도 오지 않았다. (이것이 수성인지 유성인지도 모르겠음)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하여 추천을 받았고, 찾아보니 수성 페인트였기에 별생각 없이 바로 구매. (다행인지 가격은 다 비슷비슷해서 손해를 본 느낌은 들지 않았다.) 사포는 거칠기 별로 있었는데, 최대한 가성비를 살려 중간의 하나만 구매했다. (숫자가 적을수록 거친 사포이며, 보통은 거친 사포 -> 가는 사포 순으로 사포질을 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내 선택은 가성비 좋게 잘한 듯. 아래에서 왼쪽 두 사진은 사포질 후의 사진이다. 문 양옆의 문지방? 의 사진인데, 중간중간 튀어나왔던 것들이 다 제거되었고, 나무 본연의 색깔이 많이 보였다. 완벽하진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한 듯. 오른쪽 사진은 집 외벽 사진인데, 이름 모를 줄기 식물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던 것을 사포로 떼어낼 수 있었다. 별 일 아닌 것 같았는데, 이 과정만 해도 30분 정도가 걸렸다.
이후에는 페인트를 따서 플라스틱 통에 부었다. 그냥 액체 같은 것이 점탄적 특성이 있나 싶었음. (그래도 얇게 바르면 고체와 같아진다는 점에서는 점탄적 특징이 있는 거겠지?) 시험 삼아 페인트를 약 300ml 정도만 플라스틱 통에 덜어 페인트 칠을 시작했다. 가성비 좋게 중간 사이즈의 붓을 한 개만 사서 사용했는데, 약간 아쉬운 점이 있었다. 붓이 크면 더 큰 면적을 한 번에 칠한다는 점에서 좋겠지만, 작은 틈틈을 칠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음..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작은 붓도 하나 준비할 듯싶다. 페인트용 붓이라서 그런지 붓이 유리섬유 같은 것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여기에 페인트 흡수가 아주 잘 되었음. 5달러 정도로 기억하는데, 이 정도면 아주 만족스러웠다. 플라스틱 통도 자석이 있어 붓을 세워 달아 놓을 수가 있었는데, 이 또한 5 달러 정도에 이 정도 기능이 있음에 아주 만족.
1시간 정도 페인트칠을 하고, 30분 정도 마르길 기다린 뒤 다시 2차 페인트칠을 하였다. 결과는 아래와 같이 그럴싸해짐. 아내도 이 정도면 대만족이라고 하였다. 다만 아쉬웠던 점이 몇 가지 있는데,
- 마스킹 테이프를 하지 않아 페인트칠할 부위 주변에도 페인트가 칠해짐. 다행히 문도 하얀색이고 벽면은 투박해서 티가 많이 나지 않지만, 마스킹 테이프만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싶다.
- 바닥에 커버링 테이프를 하지 않아 많은 페인트가 바닥을 칠해 버렸다. 너무 심각하다 싶어 중간에 종이를 깔아 어느 정도 방지를 하긴 했으나, 전용 테이프가 있었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와이프가 괜찮다고 했으나 신경 쓰이긴 했는지 나중에 스페츌라를 가지고 다 떼어버렸다. 그래도 완전히 깔끔하진 않아 아쉽다.
- 구멍을 메우는 퍼팅 작업을 하면 조금 더 좋았을 텐데 싶다. 생각보다 문 주변으로 손상된 곳이 많았고, 이러한 부분을 페인트로 칠하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막상 구멍 같은 곳을 페인트로 메우기가 쉽지 않음.
그래도 이 정도면 아주 가성비 좋게, 실패 없이 만족할 만한 성과인 것 같다. 아내도 흡족해했고... 이사 온 뒤 집 관련해서 주말마다 뭔가 일을 하고 있는데, 문 페인트 칠은 대만족^^ 미국에 온 김에, 거지인 김에 이런저런 많은 경험을 쌓는 것 같고, 나름 재미가 있다.
'뚝딱이의 일상 > 미국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일리노이 시카고 첫 이사 후기 (0) | 2024.08.12 |
---|---|
미국에서의 출산과 건강보험 (0) | 2024.06.27 |
영상 (Netflix, 스트리밍) 자막 넣기 (0) | 2024.05.10 |
미국 코스트코, 한국인 팁 (2) | 2024.05.01 |
스마트 폰 자가수리 후기 (0) | 2024.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