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Chocolate 마라톤 후기

2023. 11. 6. 23:34뚝딱이의 일상/미국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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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11월 5일, 연구실 친구의 권유로 chocolage 마라톤에 참여하였다. 저번 달에도 시카고 런 이라는 아주 큰 마라톤 행사가 있었고, 그 이전에도 계속 마라톤 대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우리가 마라톤을?'이라는 생각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권유를 받은 김에 와이프와 상의 후 참여를 하기로 결정, 마라톤 한 달쯤 전 온라인으로 참여 신청을 하였다. 대회마다 약간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는 5km, 15km, 40km 의 코스가 있었고, 당연하게도 5km로 참여를 했다. (생각보다 인기가 많아 마감이 될 수 있으니 온라인 신청은 빠르게 할수록 좋을 듯싶다.) 가격은 명당 약 $40 정도. 비싸긴 했지만 마라톤으로 유명한 시카고에서 한 번 정도 뜀박질 해보자 하는 생각이었다. $40이 아깝지 않았던 것이, 무척 좋은 품질의 후드 점퍼를 받았으며, 마라톤 후 초코 먹거리를 잔뜩 받았다.

 

연구실 친구는 브라질 사람이고 축구가 취미였으며, 현재에도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반면 나는 한 때는 운동을 많이 하긴 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제는 별로 하지 않고, 살도 많이 쪄서 거의 굴러다니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과연 같이 뛰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브라질 친구들의 배려로) 같이 뛰었고, 대회 전후에 얘기도 많이 했으며, 시카고의 이벤트를 무척 잘 즐길 수 있었다.

 

마라톤을 뛰기 1~2일 전에 이메일로 받은 장소 (Navy Pier)에 키트를 받으러 갔다. 키트는 내 번호표와 참가자에게 주는 옷이었으며, 키트만 나눠주는 장소라기보다는 여러 업체들이 광고하러 온 컨퍼런스 같은 느낌이었다. 몇 군데를 보니 별로 싸지도 않고 쓸 데도 없어 보여 키트만 받아 바로 나왔다.

 

마라톤 당일. 7시 반에 밀레니엄 파크 근처 출발점의 모습이다.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 11월 겨울 날씨에 반팔-후드만 입고 나가서 너무 추웠는데, 뛰고 난 후에는 몸에서 열도 나고 날씨도 좋아서 괜찮았다. 출발하는 곳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고 있었는데, 사람들 가는 곳으로 따라가니 역시나 그곳이었다. 어찌어찌 연구실 같이 뛰기로 했던 친구들도 만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우리의 순서를 기다렸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순차적으로 출발을 했는데, 30분 이상을 서서 기다린 듯하다.

 

마라톤 이후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람이 무척 많았으나, 페이스 조절을 해야 했기에 요리조리 사람들을 피해 가며 달렸다. 주변 상황을 살필 겨를도 없었다. 달리기에 자신이 없는 내가 맨 앞장을 섰기 때문에 친구들의 페이스를 늦추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결과적으로 35분 만에 5km 완주! 연습을 정말 1도 안 했는데, 인간 승리한 느낌을 받았다. 이후 메달도 받고, 사진도 찍고 초콜릿도 받고...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시카고에 왔는데, 월화수목금토일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꼭 이런 이벤트에 참여하길 추천한다.

 

마라톤이라니,, 생각도 못했던 경험이었지만 삶에 충분한 활력이 되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들도 많고 애기들도 아주 많다. 엄청 비만이신 분들도 있고, 애기 목마를 태운 아빠도 있다. 하지만 모두 자신의 페이스로 결승에 도착하고, 남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와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모두에게 뜻깊은 이벤트가 아니었나 싶다. 사람 좋아하는 와이프도 무척 들뜨고 재밌어했기에 내년에도 물론 참여할 듯싶고, 내년에는 살도 빼고 마라톤 연습도 해서 15km를 더욱 빠르게 완주하고 싶은 마음이다.

 

후기의 후기로는 무릎이 너무 아파서 걷질 못하겠다.. 와이프는 감기에 걸린 듯싶고,, 그래도 이게 사는 것 아니겠는가! 오랜만에 고통을 느끼며 삶을 만끽하는 우리 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