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연구 vs 회사의 연구

2023. 12. 15. 00:48뚝딱이의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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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학교에서 연구는 왜 하는 것일까? 더 많은 인력과 더 좋은 장비를 지닌 회사에서 이를 수행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 학교는 그럼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가?

 

계속 답을 찾는 과정에 있지만 '이전 혹은 한국에 있을 때' 그리고 '지금 혹은 미국에 있을 때'의 답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물론 이는 나의 좁은 시야에서 본 관점이기에 현실은 다를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 느낀 바를 정리하고자 한다.

 

한국에 있을 때 생각한 학교의 연구 이유는 값싼 인건비의 공급이었다. 학생에 대한 인건비가 회사 연구원의 인건비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다는 생각. 학생은 기본 급여도 적고, 별도의 야근 수당이나 주말 수당을 받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으로 사용하기에 알맞았다. 10시간이 필요한 연구가 있다면 회사 사람들의 경우 100만 원이 필요하지만 대학생의 경우에는 25만 원 정도만 있으면 되니까..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노동력이 필요한 주제에 대해 과제를 만들고 학교에 공급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에서는 미래의 가능성을 위해 수익을 바라지 않고 학교에 투자를 하기도 한다. 국가에서도 미래 가능성만을 염두한 기초 과제를 만들어 학문을 위한 연구에 투자를 한다. 하지만 여러 기업의 수많은 산학 과제에 비하여 '당장 돈이 되지 않는 과제' 대한 비율은 크지 않을 것이다.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다. '학문적인 연구를 통한 기존 기술의 혁신'이랄까. 기업은 교수님들의 넓고 깊은 식견을 통해 현재 직면한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고자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상황 상 이는 무척 한계점이 있다. 현실적으로 이런 연구적인 투자가 가능한 곳은 삼성,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 뿐인데, 이러한 협력 체계는 그들의 제품, 즉 반도체, 자동차와 접점이 없으면 진행하기 어렵다. 그럼 그들과 너무도 다른 연구를 하는 사람은? 너무 기초적이거나 너무 미래적이기 때문에 당장의 산업과 연계하기 어려운 사람은?

 

미국의 경우 상황은 한결 낫다. 다양한 업체와 이를 통한 많은 연구비, 그리고 큰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A에 대해 기초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것에 대해 회사와 협력을 할 줄은 몰랐다. 한국에서는 A에 대한 큰 회사가 없었는데, 미국서 보니 A에 대한 세계적인 회사가 있었고, A에 대한 연구도 풍부하게 수행 중이었다. 미국 회사는 대학에서 아이디어를 내줄 것을 요구하며, 각종 노동력이 들어가는 것은 스스로 하길 바라한다. 수많은 케이스 스터디, 시장 조사, 엔드 유저 피드백 및 제품 제작 등은 자신들이 더 잘한다는 것이다. 대학은 창조적, 혁신적인 생각을 하고 업체는 이를 제품화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어찌 보면 분업이 잘 되어 있는 느낌이다. 

 

양국 각자의 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어디가 좋다 나쁘다를 논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 처한 상황에 있어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일 것이다. 다만, 한 연구자의 입장에서 나는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 내가 미래의 결정권자가 된다면 어떤 결정이 나을 것인지 계속 생각해 보는 것은 좋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