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은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가?

2022. 11. 24. 10:30뚝딱이의 대학원

오늘은 다른 연구실 랩장과 밥을 먹었고, 연구실에 대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다른 연구실은 우리와 아주 다른 곳이다. 같은 학교의 연구실이지만 너무 차이가 극명한데, 그 차이점을 나열하자면, 연구실 인원부터 출퇴근 시간, 자대생/외국인 비율, 연구실 구조, 연구 철학, 연구 분야, 인건비, 교수님 성격 등이다. 이 글에선 두 연구실의 차이에 대해 기술하며 내가 생각하는 더 좋은 연구실의 조건에 대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먼저 연구실 인원을 보면, 한 연구실은 인원이 15 명 남짓으로 인원이 적지 않은 편이다. 솔직히 많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다른 연구실은 5 명 남짓의 연구원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엄청 적지는 않으나 적은 편에 속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 연구실 인원은 적당히 많아야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즉 15명의 연구실이 5명의 연구실보다 더 좋다.)

연구원이 적으면 과제 관리부터 청소, 이사, 안전점검 등 연구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벤트에 대해 관리가 어렵다. 또한 개인 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큰 문제가 되기 십상이다. 다양한 나이, 성격으로 구성된 연구실에서는 중간자가 있어 화해를 유도할 수도 있고, 비슷한 사람끼리 끼리끼리 움직일 수도 있다. (담배를 같이 피거나, 같이 운동을 한다거나) 교수님이 욕심이 많아 많은 연구 결과를 원할 경우 사람이 많으면 부담을 경감할 수도 있다. 반면 교수님이 욕심이 없는 경우라도 선배 생이 많으면 이를 대체하여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너무 인원이 많다면 교수님의 캐어를 하나도 받지 못하고 선배에 따라 복불복적 성격이 너무 클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연구실은 인원이 많을수록 좋은 것 같다.

 

자대생/외국인의 비율을 보면 한 연구실은 거의 자대생이 거의 없으며, 외국인과 자대생이 1:1의 구조를 띈다. 반면 다른 연구실의 경우 자대생 100%이며, 외국인은 없다. 이 부분은 후자의 연구실이 월등히 좋은 구조인 것 같다. 자대생이 많을 경우 자대에서 소문도 좋게 나서 자대생의 유입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자대생이 많이 올 좋은 연구실이어야겠지만..) 반면 타대생이 많을 경우 그 타대에서 계속적으로 인원 유입이 지속되지는 않는다. 다양한 곳에서 모인 연구실은 인원이 들쑥날쑥할 확률이 높으며, 질적으로도 좋지 않은 것 같다. 최소한 5:5 정도는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외국인의 경우는 좀 더 확실한 근거가 존재한다. 외국인이 국내 연구실에서 일을 할 경우 한국인의 여러 서포트가 필요하다. 이는 보통 한국인 대학원생이 맡게 되며, 이는 자잘하게 계속 부담이 된다. 집을 구하는 것부터 못 먹는 음식도 챙겨야 하고... 소통도 잘 되지 않고, 청소 같은 것도 부탁이 어렵다. 또한 외국인 연구원도 인건비를 받아야 하기에 과제 등을 챙겨야 하는데, 국내 시스템 상 외국인을 많이 배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제안서, 과제 참여 관련 서류 준비 등에도 도움을 주어야 한다. 외국 포닥의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기꺼이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나, 외국인 석사나 박사의 경우 오히려 도움만 주는 입장이 되기 쉽고, 도움을 주는 데 마냥 좋아하기 어렵다. (심지어 상대가 당연히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반응으로 나오고 감사하다는 표시도 하지 않는다면 도움을 주는 학생들은 더욱 힘들어한다.)

 

연구실 구조의 경우 여러 가지 분류를 할 수 있겠으나, 내가 생각하는 연구실 구조란 팀/개인 구조를 말한다. 팀 구조의 경우 박사과정이나 박사급의 팀장 아래 여러 학생들을 붙여 한 팀을 만들고, 그런 팀 단위로 연구실이 굴러가는 것을 말한다.  반면 개인 구조의 경우 박사과정이나 석사과정이나 모두 개개인으로 교수님과 각각의 컨택을 하는 것을 말한다. 내 생각에 팀 구조는 매우 효율적으로 굴러갈 수 있는데, 팀장과 학생의 관계가 교수와 학생의 관계보다 가깝기 때문이다. 각 학생이 딴 짓을 하는지, 요새 어떤 고민이 있는 지 등 팀장이 그 팀의 학생을 더 챙기기 쉽다.

교수가 다대 일로 학생을 개인 지도할 경우 한 사람이 케어해야 할 학생이 너무 많다. 또한 학생끼리 친해지는 것도 팀 단위로 나눠 놔야지 개인지도를 하게 되면 각각이 너무 따로 노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개인 구조의 연구실인 경우 팀 구조인 곳보다 학생들이 이기적이게 구는 모습을 많이 봤다.) 하지만 사람이 적다면 팀으로 운영할 수 없으니 개인지도를 해야 하고,, 결국 상황 별로 연구실 구조가 정해져야 할 것 같다. 사람이 적다면 개인 구조, 사람이 많다면 팀 구조가 적합할 듯 싶다.

주의할 점은 팀 구조가 더 유리한 편이라도 해도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팀 구조의 경우 큰 단점이 있는데, (물론 교수님을 잘못 만나는 경우가 가장 최악이겠지만) 팀장을 잘못 만날 경우 팀원은 대학원 생활이 무척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팀장이 욕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경우도 있으며, 폭행을 하거나 강제로 과도한 업무를 부여할 수도 있다. 따라서 팀 구조가 되더라도 교수는 학생 개개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며, 상황에 맞추어 그 관계를 잘 조절해야 할 것이다.

 

연구 철학은 논문 한 편을 쓰기 위한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이며, 연구실 간 차이가 극명하다. 어떤 연구실은 하나의 연구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 연구가 수 년 혹은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는데도, 그 시간 동안 연구가 결실을 맺을 지 알 수 없는대도 시간을 계속 투자한다. 완벽주의자적 연구라 할 수 있다. 다른 연구실은 하나의 연구를 위하여 시간을 쓰는 것을 무척 아까워 한다. 몇 개월 내로 성과를 내야 하고, 성과가 없으면 시간 낭비라 생각한다. 이는 성과 공장적 연구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선 두 연구실 모두 이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 중간의 성격으로 맞추어야 할 것이다. 완벽주의자적 연구는 그 과정의 연구자로 하여금 지쳐버리게 할 수 있다. 긴 시간 동안 성과도 없을 것이고, 이미 교수라면 모르겠으나 취업이나 취직을 해야 할 학생의 입장에선 성과가 있는 것이 거의 무조건적으로 유리하다. 따라서 (엄청난 천재이거나 엄청나게 운이 좋은 경우라서 긴 시간을 투자해 그만한 성과가 나올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완벽주의자적 연구는 지양해야 한다. 반면 성과 공장적 연구는 말 그대로 논문을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찍어내는 것이다. 당연한 것을 연구하고, 내용 보다는 포장에 집착한다. 누가 봐도 지양해야 할 자세이다. 하지만 배워야 할 점도 있으니 그것은 마감기간을 타이트하게 설정하고 그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마감기간을 짧게 설정하면, 그 기간 동안에는 정말 높은 효율을 보일 수 있다. '내년까지 A를 해야지' 보다는 '이번주는 a를 하고, 다음주는 b를 해서 다다음 주까지는 a+b를 완성해야지'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며, 이는 공장 같은 연구를 하는 곳에서 많이 보이는 자세이다.

현재의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연구 철학은 두 곳의 성격을 모두 섞는 것이다. 성과에 집착하기보단 공부와 지식에 집착하고, 이를 바탕으로 1~2년 정도의 기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라 하겠다. 이를 위해선 어떤 것을 연구해야겠다라는 목표 설정이 중요하며, 좋은 목표 설정을 위해서는 여러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학생은 (i) 정해진 기간 내에 여러 논문을 읽어 명확한 연구 목표를 절정하고, (ii) 정해진 기간 내에 공부와 실험을 하여 연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학생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각 연구는 1~2년 내에 이루어지는 바람직한 것 같다.

 

생각보다 쓸 것이 많아 글일 길어진 것 같다. (대학원생 친구들을 만나서 하루 종일 대학원 얘기만 한 적도 있으니,, 쓸 말이 너무 많다. 쓰다보니 계속 쓰게 된다...) 연구분야/인건비/교수님의 성격 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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