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21. 23:06ㆍ뚝딱이의 일상/미국생활
미국에서는 자가 수리를 많이 하는 듯하다. 자동차도, 집도 대부분 자가 수리를 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큰 부자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 자가 수리란 결코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지'가 아니다. 이는 인건비가 높아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고, 스스로 고치는 것이 재밌기 때문일 것이다. 도요타 수리점에서 후방등 수리에 700달러가 나와 깜짝 놀란 적도 있고,, 이러한 것을 생각하면 자가 수리란 남는 시간에 돈도 절약하고, 시간도 때우고 참 건전한 취미이다.
스마트 폰도 어찌 보면 자가 수리의 대상이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는 상상하도 못했지만,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 폰도 자가 수리를 한다. (외국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는 듯.) 자료를 찾다 보니 유럽에서 [폰의 자가 수리 권리]라는 것이 한창 이슈였는데, 이것이 한국에도 넘어와 현재 삼성에서도 자가 수리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단다.
(참조: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53013140003203)
나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마트 폰 자가 수리를 진행하였다. 다행히 영어로만 자가 수리에 대한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한글로 된 유투브 영상도 많이 존재하였다. (아직도 영어가 낯설어..) 목표는 폰 배터리 교체. 약 5년 된 갤럭시 S9는 계속적으로 배터리 수명이 낮다며 경고등을 띄웠다. 아마존에서 배터리를 샀고, 영상을 두어 번 시청한 뒤 각종 도구가 있는 연구실에서 살살 교체를 진행했다.
문제는 첫 단계부터 발생했다. 열풍기를 사용해서 스마트 폰의 뒷 패널 본드를 녹이는 것이 1차 관문이었는데, 많이 귀찮아 보였다. 시간이나 노력도 많이 들거니와, 이미 오래 사용을 한 스마트 폰의 본드는 충분히 약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를 조금 더 찾아보니 열풍기 대신 알코올만을 사용해서 본드를 녹이고 뒷 패널을 분리하는 영상을 찾아냈다. 연구실에 알코올도 있겠다,, 이 방법이 훨씬 쉽고 간편해 보였다. 이 방식을 이용해서 폰의 윗 테두리 쪽은 간단히 분리하였다. 아주 쉽네, 후딱 해치워 버려야지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폰의 아랫부분이었다. 아무리 알코올을 뿌려도 본드가 지워지질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전에 삼성 서비스 센터 수리서 수리를 할 때 본드를 아주 덕지덕지 붙여 놓은 것이 문제인 듯하다. 보통은 폰의 테두리만 본드칠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중앙까지 아주 많은 양의 본드가 발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수 십 분을 알코올질 하던 나는 손에 힘이 들어갔고,, 빠직하고 뒷 패널이 깨져버렸다. 플라스틱인 줄 알았는데, 뒷 패널은 아주 얇은 유리가 덮여 있었고, 내 힘에 뒷 패널이 굽어지며 이 유리가 파손되었다.
유리 파손과 함께 실패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수십 분을 투자했는데 실패라니.. 붕괴되는 멘탈을 부여잡고 연구실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친구는 몇 번 자가 수리를 한 경험이 있었고, 무너진 내 멘탈은 자가 수리가 불가한 상태였다. 친구는 열을 가하고, 다시 수 십 분을 뒷 패널을 떼어내는 데에 열중하였다. 열을 이용했어야 했고 더 조심히 다루었어야 했구나.. 뒷 패널이 분리되자 이후 과정은 상대적으로 간단했다. 몇 나사를 풀고, 선을 해제하고 배터리를 분리했다. 어렸을 적에 호기심에 폰을 분리했다가 고장 낸 경험이 있어 폰 해체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뒷 패널만 열고 보니 매우 간단한 구조였다. 냉각필름, 메인보드, 전원.. 많이 고쳐봤던 컴퓨터 구조와 비슷했다. 마치 작은 컴퓨터 같달까?
최신 장비에는 큰 관심은 없지만 고장난 장비에는 관심이 많았기에, 아마존을 통해 뒷 패널도 바로 구매하였다. (케이스를 쓰기에 보이지 않지만) 깨진 뒷면은 참을 수 없지. 찾아보니 색깔도 여러 가지로 선택할 수 있어서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튜닝이 가능했다. 나는 테두리는 분홍, 앞 뒷 면은 블랙이 되도록 블랙 패널을 구매하였다. 한번 해체를 해 봤으니 두 번은 쉽겠지? 하지만,, 또 문제가 발생하였다. 다시 한 번 뒷 패널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무선 충전 필름이 찢어져 버린 것이다. 이번엔 테이프로 무선 충전 필름과 뒷 패널을 붙였던 것이 화근이었다. 무선 충전만 되지 않으면 그냥 사용했을 텐데 충전이 되지 않았다. 검색해 보니 무선 충전 패널에는 온도 센서가 들어 있는데, 이 센서가 적정 온도를 감지하지 못하면 스마트 폰 충전이 불가하였다. 폰을 못 쓰는 것도 못 쓰는 것이었지만 아내의 불신 어린 눈빛이 무서웠다. '정품 수리점을 가자', '돈이 더 들겠다', '이참에 아예 폰을 새로 사라'.. 하지만 이제 와서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아마존을 뒤져 새 필름을 구매하였다. 다행히 한국 전화번호를 위한 세컨 폰이 있어 3일 정도 이 폰을 사용하였다. 유심칩 변경이 안돼서 밖에서 인터넷이 되지 않았지만 학교나 집에서는 와이파이가 있어 그럭저럭 큰 불편함은 없었다.
냉각 필름이 도착하고, 교체하고, 작동을 확인하고, 만세를 외치고,,, 이것으로 폰 수리가 완료되었다. 배송 기간을 포함하여 장작 2주에 걸친 수리였다. 총 비용은 배터리까지 포함하여 약 60달러 정도 들었으니 이 정도면 싸게 잘 수리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다만 그동안 들인 시간, 노력, 정신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다음에도 폰이 고장 난다면, 가능하다면 수리점에 맡길 것 같지만, 가격 등을 보고 자가 수리를 다시 할 것도 같다. 스마트 폰 수리에 대해 어느 정도 경험도 쌓였고, 미지의 영역이었던 스마트 폰을 좀 더 알게된 것 같아 좋기도 하다. 나름 추억이고 재미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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